이번엔 CNN 인터뷰서 밝혀
"인민들이 정부 비판할 수 있게" 黨지도부와 합의? 독자노선?
전문가들 의견도 갈려… 中 인권피해자들, 베이징 기습시위
중국 원자바오(溫家寶·사진) 총리가 또 정치개혁을 역설했다. 원 총리는 3일(현지시각)부터 미국 전역에 방영된 CNN 대담 프로 '파리드 자카리아 GPS'와의 인터뷰(지난달 23일 녹화)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인민들의 열망과 욕구는 억누를 수 없는 것이며, 나는 중국의 정치체제 개혁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이어 "인민들에게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언론의 자유는 어느 나라든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에선 지방 정부의 정책과 관료에 대한 비판은 상당 부분 허용되고 있으나 중앙정부와 공산당에 대한 비판은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지 주목된다.
원 총리는 이어 "중국의 인터넷 인구 급증과 인터넷 및 휴대폰을 이용한 비판세력의 등장이 정치개혁 문제의 점진적인 진보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4억명, 휴대폰 인구는 8억명을 넘고 있다.
원 총리가 중국 선전 경제특구 설립 30주년을 앞두고 8월 20일 선전에서 시작한 정치개혁 언급은 이후 6주 동안 7차례나 이어졌다. 원 총리는 선전에서 "정치개혁이 없으면 경제개혁의 성과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한 이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9월 6일) ▲다보스 포럼 연설(9월 13일) ▲뉴욕에서의 중국 기자단 회견(9월 22일) ▲유엔총회 연설(9월 23일) ▲국경절 연설(10월 1일) 때에도 중국 정치개혁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했다.
원 총리의 잇따른 정치 개혁 발언은 공산당 지도부 내부의 일정한 합의에 기반을 둔 것일까, 아니면 독자적인 목소리일까. 홍콩 침회대 정치학과 딩웨이(丁偉)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특성상 서열 3위의 총리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고 어느 정도 정치개혁의 방향과 시기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콩대 정치학과 피터 청(Cheung) 교수는 "공산당 중앙의 최고지도자들 사이에 정치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하더라도 원 총리가 주장하는 강도와 급격한 변화를 용인했는지는 의문"이라며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비롯한 주류 지도자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볼 때 원 총리의 목소리는 혼자 혹은 소수의 의견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총영사관의 전가림 선임연구원(정치학 박사)은 "원 총리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 합의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고, 이달 15일부터 4일간 열리는 제17차 공산당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정치개혁 분위기를 띄우는 차원에서 당분간 계속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 총리가 얘기하는 정치개혁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원 총리가 말하는 정치개혁이 권력 분립과 복수정당제, 직접선거의 대폭 확대 등을 포함하는 서구식 민주주의를 도입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보다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비대해진 중앙·지방 정부의 관료체제를 견제하고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행정개혁'의 의미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중국 지방에서는 관료들의 부패와 탈법, 전횡 등으로 인한 관민(官民) 갈등 사태가 급증하고 있다. 또 사흘이 멀다 하고 부패 관료들의 사건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고, 경찰서나 수감시설에서 형사 피의자가 사망하는 후진국형 인권유린도 빈발하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층이 정치개혁을 언급하면서 '의법(依法) 행정'을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원 총리가 말한 '언론 자유'도 이런 관료층에 대한 견제나 고발의 자유를 뜻하는 것으로, 공산당 1당 체제에 대한 비판까지 폭넓게 허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입력 : 2010.10.05 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