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의 다나카 노부오 사무총장은 2010년 7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2010 IEA 에너지 기술전망’ 발표에서 “에너지효율성 제고와 절약에 대한 노력이 없다면 현재 가격 기준으로 2050년 세계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신흥국들이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1차 에너지의 사용량이 84% 증가할 것이며, 화석연료의 소비도 급증할 것이라 전망했다.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우려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지고 연평균 약 10%에 가까운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이 있다.
2009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 되었다. 2010년 7월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EA의 최신 자료를 인용하면서, 작년 한 해 중국은 22.52억TOE(석유환산톤, ton of oil equivalent)1)를 소비함으로써 21.7억TOE를 소비한 미국보다 4% 많았다고 보도했다.2) IE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비롤(Fatih Birol)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에너지 소비국이 되었다는 점을 “에너지 역사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라 비유하기도 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대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은 사실 그리 놀라만한 사건이 아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예견했었고, 단지 이는 시간문제라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국제적 이슈가 된 까닭은 그 시기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그간 세계 제일이 되기 위해 몸부림쳤던 중국은 이번 성적표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7월 20일, 북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에너지부(部)의 조우시안(周喜安) 대변인은 IEA의 통계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중국의 에너지 소비 통계와 이산화탄소 배출 통계가 과도하게 계산되었다면서, 이는 중국에 대한 무지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중국이 최근 진행하고 있는 에너지 절약과 배출량 규제 및 신에너지 개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 주장했다. 따라서 IEA 자료를 신뢰할 수 없고, 여전히 미국의 에너지 소비량이 중국보다 많다는 것이 주요 요지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환경보호 움직임 가운데, 중국이 막무가내로 에너지 소비량을 늘리고 있다는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책임 있는 대국(負責任的大國)’을 자처하고 있는 중국이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의 통계 발표를 부정한 것은 대중들로 하여금 적잖은 의문을 낳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아마도 이러한 점을 우려했는지 중국은 IEA의 통계 자료는 참고할 수 있지만 맹신할 수 없다는 여운을 남김으로서 ‘책임 있는 대국’의 자세를 보이려 노력한 것 같다.
중국 에너지부는 2009년 중국의 통계 자료를 근거로, 30.66억TCE(석탄환산톤, tons of coal equivalent)3)와 21.46억TOE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IEA의 통계치 보다 약 5%가, 미국의 소비량 보다는 1%가 각각 낮은 수치이다. 또한 중국은 자국의 에너지 소비 총량을 논할 때, 1인당 평균 에너지 소비수준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인당 평균 에너지 소비량을 기준으로 할 때, 미국은 분명 세계 제1의 소비대국이다. 미국의 일반인이 매년 소비하는 에너지가 중국인의 5배에 이르고 있다는 점은 IEA의 비롤 박사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사실, 후발 개도국이란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분명 국민의 물질적 수요를 만족시키고, 복지문제를 개선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국제기구의 통계 자료와 선진국의 판단 기준이 어떻든 간에, 단지 하나의 총량적 수치를 근거로 그 책임을 묻거나 압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이는 합리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인도주의적이지도 못하다.
그러나 사실(Fact)을 수용함에 있어 나타나는 대응적 태도에는 각각 다른 저의가 있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왜? 중국은 IEA의 통계 자료를 부인하는지, 그리고 IEA가 왜? 이 시점에서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을 발표했는가? 하는 문제는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은 IEA가 이번에 발표한 중국의 에너지 소비 관련 통계치가 두 가지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첫째는 통계상의 오류라는 점이다. 중국의 에너지 소비에 대한 상세하고 확실한 이해가 부족해서 통계치가 과도하게 평가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IEA가 의도한 결과라는 점이다. IEA가 중국의 에너지 소비 총량을 과도하게 평가함으로써, 향후 전 세계적인 배출량 감축 문제에 있어 중국에 선제적인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즉, IEA가 배출량 감축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책임과 의무보다는 할당량의 분배와 자국의 지위(위상) 향상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09년 말,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서 중국이 보여준 일련의 행위와도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회의에서 2020년까지 GDP단위 기준당 탄소배출량을 약 40~50% 감축하겠다고 밝힌바 있으나, 이와 같은 감축 목표는 상당 수준의 감축량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IEA의 반응이었다. 또한 중국이 법적구속력이 있는 감축 목표 서명을 거절한 것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다는 후문이 있다.
한편, 지난 6월 17일자, 뉴욕타임즈(NYT)는 중국의 에너지 계획이 환경보다는 안보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중국 에너지 소비계층의 폭발적인 증가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부추기고 있는 주요인이라고 전했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국의 에너지 수요로 인해 실효성을 거두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11차 5개년 경제계획(2006~2010)”에서 이미 에너지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에너지 효율화 정책과 풍력 및 태양열 등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이용을 증가시킨바 있다. 따라서 중국이 IEA의 통계 자료와 서방 언론의 주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미국 언론의 중국에 대한 편향적인 시각으로부터 나타난 결과라 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또 다른 형태의“중국위협론(China Threat)이라 보는 경향도 없지 않다.
“저탄소 녹색경제(Green, low carbon economy)”는 이미 지구적 차원에서 가장 유행하는 이슈가 되었다. 심지어 에너지 절약과 탄소배출량 절감은 국제정치의 영역에서도 가장 뜨거운 의제(議題)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배경이 국제사회가 중국의 에너지 소비 성향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이는 전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중국은 13억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이며, 경제 총량적인 측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한 이후, 연평균 9.8%의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국민의 생활수준도 크게 증대됨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이번 IEA의 보고는 중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과 “세계 최대의 탄소배출국”는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이나, 이미 중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시피 하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향후 국제사회가 중국을 질타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채찍이 되었다는 점이다. 에너지 소비량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문제와 필연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세계 각국은 이를 기준으로 중국에 책임을 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 기업의 해외 에너지 투자와 개발 및 에너지원(源) 확보에 있어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받게 될 것이란 점이다. 에너지 관련 시장에서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의 기업이 투자할 때, 관련 부분(국가)은 중국기업에 대해 더 높은 가격(할증금)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상황은 “중국 프리미엄(premium)”으로 작용하여 중국기업의 거래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셋째, 중국이 에너지 소비 수준을 낮추거나, 혹은 관련 산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또는 성장방식을 전환하는 등의 전략적 선택을 취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추동력이 감소할 경우, 세계경제가 현실적인 압력에 직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경제가 위기에 직면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높은 성장률과 거대한 시장이 세계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 것이다.
넷째, 향후 중국의 산업 전략과 산업진흥 방안에 있어 에너지 소비와 관련된 일련의 정책조정이 시행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효과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로 귀결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녹색상품은 지구환경에는 유익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만, 소비자 후생이 반드시 개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끝으로, 중국의 폭발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세가 중국으로 하여금 “세계 제일의 에너지 소비국”이란 오명을 남김으로써 나타나게 될 지정학적(geo-politics) 의미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경로와 방식을 통해 자국의 에너지 수요와 안보를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 및 중앙아시아 등 지역에서 에너지를 핵심으로 한 양자협력을 확대해 왔고 에너지 확보를 위한 해외지출 사업(走出去)을 적극 장려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중국은 쟁점지역에 대한 석유 및 천연자원 확보와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여왔다. 예를 들어, 중국의 동남해지역에서는 일본과 서남해지역에서는 필리핀 및 베트남과의 충돌을 불사하며, 석유 및 천연가스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중국은 이들 지역을 “핵심이익(core interest)”이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중국은 영토문제를 사할적 이익(vital interest) 간주하면서도 분쟁지역에 대해서는 “분쟁거리는 보류해 두고, 공동으로 개발하자(擱置爭議, 共同開發)”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작년부터 “난사군도 등 영토 침범행위에 대해 ‘먼저 예를 갖추어 협상을 하겠지만 나중에는 실력으로 대응할 것(先禮後兵)”이라 주장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에너지 소비대국이란 오명은 분명 중국에게 있어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할 과제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문제가 일국에 국한된 문제로 평가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국제공조를 통한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이 병행되어야 하지만 균형감 있는 판단과 공고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따지고 보면, 에너지 소비 절감과 탄소 배출 감축의 문제는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문제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이다.
1) ㎘, ㎾h, ㎥, t 등 여러 가지 단위로 표시된 각종에너지원들을 원유 1톤이 발열하는 칼로리(㎈)을 기준으로 표준화한 단위로, 원유 1톤의 발열량을 107㎉를 1TOE로 정의한다.
2) Spencer Swartz & Shai Oster, "China Tops U.S. in Energy Use: Asian Giant Emerges as No. 1 Consumer of Power, Reshaping Oil Markets, Diplomacy", The Wall Street Journal, July 19, 2010.
3) 각각 다른 종류의 에너지원들을 석탄 1톤이 발열하는 칼로리로 표시한 단위로, 석탄 1톤의 발열량을 29.3㎉를 1TCE로 정의한다.
출처: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 CSF(중국전문가포럼), 2010년 8월 1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