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홍콩 음식평론가 차이람과의 인터뷰

일시: 2010년 3월 26일 오후 2시반

장소: 연향루(蓮香樓) , 中環

참가자: 전가림, 정용환 중앙일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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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향토음식으로 외국인 입맛 잡아야”

‘홍콩 식신’ 추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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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평론가 추아람(가운데)이 홍콩 TVB의 음식 프로그램 진행자들과 함께 2008년 한국에서 궁중음식을 맛보고 있다.
세계 각국 음식이 다양하게 진출해 ‘미식(美食) 천국’으로 불리는 홍콩은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꿈꾸는 나라들의 격전장이다. 이런 홍콩에서 음식평론가 추아람(69·蔡瀾)은 ‘식신(食神)’으로 통한다. 지난 40년간 160여 권의 음식평론·에세이를 출간해 홍콩 사람들의 미식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그런 그가 다음달 2일 홍콩의 식객 55명을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유럽 보름 여행 가격에 준하는 4박5일 패키지 상품(480만원·비즈니스석 기준)으로 서울·제주도의 맛집을 순례하는 일정이다. 26일 홍콩 시내에서 그를 만나 맛 전통과 명성의 비결, 한식세계화를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홍콩 하면 쇼핑과 함께 음식을 떠올리게 된다. 비결은 뭔가.

“중국말에 ‘먹는 게 하늘이다(食以爲天)’란 말이 있다. 이 말을 가장 잘 실천하는 곳이 홍콩이다. 홍콩에선 잘 먹기 위해 돈을 번다는 사고가 이질감 없이 수용된다. 이것이 바탕이 돼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을 독려하고 잘 만든 음식을 받드는 문화를 낳았다. 모두가 음식을 즐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동남아와 동북아의 관문인 홍콩에는 싱싱한 음식재료가 한두 시간이면 도착한다. 좋은 재료가 공급되므로 맛내는 실력이 없으면 재료 핑계를 댈 수 없다. 그래서 맛 경쟁이 살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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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독자 여러분 문안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추아람 선생 사인.

-음식 문화와 경쟁 시스템 외에 좀더 직접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맛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을 들 수 있다. 홍콩 음식점들은 맛의 전통을 확고히 정립하고 이를 이어가려는 의식이 강하다. 음식의 퓨전화는 막을 수 없는 추세지만 고집스레 전통을 고집하는 이도 많다. 기초과학이 강해야 응용과학도 저변이 넓어지듯이 흔들리지 않는 맛의 정체성,즉 기본이 강해야 다양한 음식 문화를 키우는 뿌리가 튼튼해진다.”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나라마다 홍콩의 경험을 배우려고 한다. 정수는 뭔가.

“몇 년 전 대만음식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문화부 관계자들에게 조언을 했다. 가장 대만다운 음식으로 승부하라고 훈수했다. 베이징 요리인 꿍바오지띵(宮保鷄丁: 튀긴 닭고기와 땅콩·고추 등을 넣고 매콤하게 만든 요리)이나 쓰촨 요리 ‘위샹로우쓰(魚香肉絲·돼지고기 볶음)’같은 타지역 음식과 섞지 말라고 했다. 홍콩은 산해진미가 다 모여 있는 곳이지만 광둥 요리의 본고장으로 알아주는 곳이다. 가장 홍콩적인 음식을 기둥으로 다른 나라와 지역 음식을 포용했기 때문에 음식의 허브가 된 것이라고 얘기했다.”

-한국 음식이 홍콩을 비롯한다른 아시아 나라와 서구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했으면 한다. 한국 음식 하면 굽고 연기 피우는 이미지와 김치의 빨간색이 강렬하게 남는다. 단순하다 못해 심심하다. 중국은 4대요리·8대풍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마다 음식의 개성이 뚜렷하다. 다양성은 중국 음식의 홍보 포인트이기도 하다. 서울에 자주 가봤지만 지역 특색이 강한 음식을 모아놓은 음식 백화점 같은 곳이 미흡한 것 같다. 외국 관광객에게 ‘이곳 하면 한국 각 지역 음식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다’ 싶은 랜드마크가 있었으면 한다. 또 ‘한식스러운 것은 이것이다’라는 컨셉트를 심어줘야 한다. 결국, 기본을 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무조건 외국인의 입맛에 맞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 각양각색의 외국인 입맛에 맞추려다간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에 경쟁력 자체가 위협받는다.”

-한식을 즐긴다고 들었다.

“전복삼계탕을 좋아한다. 삼계탕이란 기본을 지키면서 건강보양식인 전복을 접목시킨 요리다. 메생이탕도 맛과 향ㆍ색 모두 각별하다. 굴비구이도 경쟁력 있다. 향과 육질이 얼마나 독특한가. 굴비를 접하지 못했던 홍콩친구들에게 소개했더니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50년대 중반 한국에 처음 갔을 때 온몸에 굴비를 두르고 팔던 장사꾼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그런 한국의 맛을 소개하고 평가해보려고 방문단을 조직한 것이다.”

-일식 세계화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국적인 인테리어에다 서양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주효했다. 그 결과 고급 음식, 접대에 걸맞은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전통과 전문성에서 우러나오는 음식 맛도 좋다. 맛이 빠지면 그 어떤 걸 팔아도 손님을 다시 부를 수 없는 법이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추아람=싱가포르 화교 출신으로 1963년 홍콩으로 이주했다. 영화감독·제작자로 활동하다 음식평론으로 발을 넓혔다. 식당안내서 출간 외에 TVB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도 진행했다.

 

출처: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4083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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