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기업인 250명 '창업記' 릴레이 특강
지역대학서 인기 폭발… 상담하며 우는 학생도

"인턴 하려고 컨설팅회사 10개에 이력서를 냈는데 다 떨어졌습니다. 그중 한 회사에 결원(缺員)이 생겨 들어갔는데 제가 원하던 일이 아니었어요. 그때 '미국에서 웹(web)2.0이 뜬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바로 그날 밤 인터넷에서 웹2.0에 대해 공부했고 프로그램 개발자인 대학 친구와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당시 우리 회사는 한국의 유일한 웹2.0 회사였죠. 대박을 냈느냐고요? 2년 넘게 라면만 먹었습니다."

위자드웍스의 표철민 대표는 최근 모교인 연세대 후배들 앞에 섰다. 직원 21명인 위자드웍스는 2006년 국내에서 처음 위젯을 도입해, 현재 네이버·다음·싸이월드에 위젯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표 대표는 후배들에게 "남들 따라서 스펙(취업과 관련된 학점·자격증)을 쌓기보다는 대충 창업하라"고 말했다. 좌중에서 폭소가 터졌다.

"저는 3년 전 대학 창업보육센터에 사무실을 얻고 구형 펜티엄3 컴퓨터를 들여와 회사를 차렸습니다. 번듯한 사무실 없어도 친구 한 명을 구하고 낡은 책상을 주워와 판을 벌이면 됩니다."

표 대표는 "익숙하게 만나는 정보 가운데 창업 아이템이 많다"며 "예를 들어 '신촌과 인천을 오가는 버스는 한 달에 얼마나 벌까' 하는 식의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 6개월, 1년 경험은 취업 5년보다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며 "나중에 취업하더라도 오만가지 스펙보다 짧은 창업 경험을 면접관들이 더 인정해줄 것"이라고 했다. 또 ▲아이템을 주변에 이야기하고 검증받아라 ▲괴짜 친구를 둬라 ▲내 사업의 의미를 끊임없이 물어라 ▲기록하라고 조언했다.

"6개월 창업 경험이 취업 5년보다 더 큰 힘"

청년 실업의 시대에 "취직하지 마라"고 가르치는 강의에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력서 내고서 기다리는 건 바보"라는 강사의 말에 공감을 보내는 것이다. 바로 지난 9월 시작된 YES리더스 기업가정신 특강이 주인공이다.

중소기업청·벤처기업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행사는 전·현직 기업인 250명으로 구성된 창업 선배들이 지역 대학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창업 경험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3만명이 들었고, 강연 후 선배들의 상담을 받으며 우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기업인들이 후배들을 위한 릴레이 강연에 나선 것은 대학 1학년 때부터 스펙만 쌓는 분위기에서는 절대 제2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정주영이 나올 수 없다는 반성 때문이다.


지금까지 강연한 선배 기업인들의 공통된 조언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의미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헬스피아 이경수 대표는 학생들에게 "왜 살아야 하나" "왜 취직해야 하느냐" "왜 여기서 강의를 들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면 취업이든 창업이든 좋습니다. 다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절대 이력서만 던져 놓고 기다리지 말고 매일 아침 그 회사 앞에 가서 빗질이라도 해야 합니다."

삼성물산을 뛰쳐나와 옥션을 창업한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은 대기업 사원 대신 창조적인 중소기업인을 꿈꾸라고 조언했다. 그는 "디지털시대의 특징은 창조적 1등만이 살아남는 시대"라며 "웬만한 대기업 사원보다는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남과 다르게 실천하는 중소벤처기업인이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템·자금·사람을 모아라"

여전히 차가운 대학가의 창업 분위기를 의식한 듯 창업자 선배들은 자신의 노하우도 소개했다. 넷다이버의 이준호 대표는 "돌이켜보면 아이템과 자금, 사람의 3요소를 균형 있게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노하우가 많은 대학 창업보육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먼저 창업한 선배를 찾아가라"고 말했다.

배짱과 도전을 강조한 선배들도 많았다. 정우철강 고환택 대표는 외환위기 때 사업이 무너지고 신용불량자로 몰렸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서 10년 만에 회사를 다시 세운 일화를 소개하며 "일에 대한 열정과 기본기, 배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 '난타'를 해외에 수출한 송승환 PMC 대표이사는 "우리 공연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친구 돈을 빌려 해외 공연페스티벌을 찾아 직접 포스터를 붙여가며 뛰었다"며 "창업이든 성공이든 가장 중요한 노하우는 도전"이라고 조언했다. 행사를 기획한 벤처기업협회 한인배 실장은 "학생들이 창업하고 싶어도 조언을 얻기 쉽지 않다"며 "좋은 역할 모델이 되는 기업인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웹2.0 정보만 보여주는 웹1.0과 달리, 참여·공유·개방을 기치로 내건 새로운 인터넷 조류. UCC(사용자제작콘텐츠), 블로그(개인홈페이지) 등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젯(Widget) 컴퓨터나 휴대전화 화면에서 게임·달력·뉴스 등 각종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실행시킬 수 있는 아이콘들을 한데 모아 놓은 창(窓). 실시간 업데이트 기능이 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2/28/2009122801404.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2&Dep3=h2_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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