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국국제정치학회소식(전가림)] 국제학술회의 참가기
"한국국제정치학회소식"지에 게재한 글입니다.
게재일시: 한국국제정치학회소식(Newsletter No. 126), 2008년 3월 31일, 32~33페이지

미국 워싱턴 소재 아메리칸대학에서 한국국제정치학회와 세계화인(중국인)정치학자논단 그리고 아메리카대학 아시아센터가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세미나(2008. 3. 4~6)에 한국측에서는 장공자 회장(충북대)과 주재우 섭외이사(경희대), 전가림 연구간사(호서대)가 참가하였다. 「한국과 중국: 동아시아의 역학 관계」란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는 한국, 미국, 중국과 홍콩 4개국에서 13명의 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10편의 논문이 중국어로 발표ㆍ토론되었다.

세계화인정치학자논단의 회장인 짜오췐성 교수(아메리칸대)는 개회사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계기로 한ㆍ중간에 보다 긴밀한 교류의 장이 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이 회의의 정례화를 제안하였고, 장공자 회장은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중국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나아가 동북아의 여러 현안을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축사를 하였다. 아메리칸 대학의 코렐리우스 커윈 총장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ㆍ중 관계를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 미국의 대 동북아정책에 건설적인 제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는 환영사를 하였다.

개회식에 이어 시작된 세미나는 첫 번째 패널: <정치와 외교의 역학>에서 장공자 회장은 “한ㆍ중관계의 회고와 전망”이란 논문에서 탈북자ㆍ동북공정ㆍ북핵문제를 현안으로 제시하면서 공동 연구를 제의하였다. 이어 중국 난카이대학의 팡종인 교수와 인민대학의 왕준성 교수가 “동북아의 지정학적 변화와 2차 북핵 위기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입장”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동북공정문제에 대한 한국과 중국학자들 간의 상당한 시각차는 향후 양국 학자들의 보다 긴밀한 교류를 통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두 번째 패널: <안보 역학과 동아시아 공동체>에서는 주재우 교수가 “동아시아 안보와 대국관계”란 논문을 발표한데 이어 조지메이슨 대학의 완밍 교수가 “동아시아 안보와 세계화”, 아메리칸 대학의 짜오췐성 교수가 “중국의 대 북한정책과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영향”, 그리고 홍콩대학의 후웨싱 교수가 “동아시아공동체”란 주제의 논문을 각각 발표하였다. 발표자들은 동북아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의 교류 협력을 주문하였고 이를 통해 새로운 동북아의 협력공동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더욱이 동아시아 안보에 있어 중국의 역할론을 언급한 주 교수의 주장에 중국학자들은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동시에 그들은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대북정책의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를 하였다.

세 번째 패널이 진행되기 전, 조지타운 대학 정치학과 교수이자 미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아시아지역담당관이었던 빅터 차 교수가 “동맹의 미래와 아시아의 다원주의”란 제하의 기조연설을 했다. 부시행정부에서 다년간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보좌하면서 6자회담의 실무를 다룬 배경 때문인지 차 교수의 기조연설에 적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빅터 차 교수는 먼저 6자회담에서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간략하게 소개한 후, 실무협상에 직접 참여하면서 힐 차관보를 보좌한 이야기로부터 6자회담에서 자신이 느낀 점, 그리고 행정부에 있으면서 미 의회 의원들과 언론 및 협상전문가로부터 받은 비평을 흥미 있게 들려주었다. 그는 6자회담 참가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가 어느 정도로 협조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회고하면서, 미ㆍ일의 관계는 물론 한ㆍ미 동맹관계도 여전히 견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만일 한ㆍ미 동맹이 언론이나 한국의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만큼 약화되거나 악화되었다면 6자회담에서 그러한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우려를 일종의 ‘성장통’에 비유하면서 한ㆍ미 양국이 공통된 목표와 전략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6자회담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했다. 특히 향후 한ㆍ미 동맹관계는 균형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동맹관계는 점차 다자주의로 발전할 것이라고 하면서, 그는 이 같은 발전추세를 ‘다원적 다자주의(pluralizational multilateralism)’라는 개념으로 풀이하고, 미국과 일본 그리고 호주로 이어지는 3국 협력대화가 좋은 실례라고 했다. 지역경제통합과정에서 나타나듯 안보영역에서도 이른바 ‘알파벳숩(alphabet soup)’과 같이 끝이 보이지 않는 현상이 재현될 수 있는 우려도 없지 않지만, 안보영역은 명확한 공통 목표와 대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통합과정과는 그 양상과 결과를 달리한다고 하였다.

빅터 차 교수의 기조연설에 이어 속개된 마지막 패널: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적 역동성>에서는 시라큐스 대학의 왕홍잉 교수가 세계화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분석했고, 필자는 한ㆍ중간의 경제협력에서 야기된 새로운 사회문화적 이슈를 다뤘다. 한편 메릴랜드 대학의 제임스 가오 교수는 한국과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관해 발표하였다. 한ㆍ중과의 긴밀한 경제ㆍ사회적 교류 과정에 나타난 ‘한류’가 과연 중국이나 동아시아에 있어 새로운 문화적 코드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매우 진지하게 논의된 점은 특기할 만 했다. 이번 학술회의에 참가했던 필자는 참가자들의 진지한 의견 교환과 열띤 토론 그리고 방청석의 높은 관심이 그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다. 끝으로 10월 서울회의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면서 이번 학술회의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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